808. “전능하신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오늘인가 싶었는데 벌써 어제 속으로 넘어간다. 세월의 빠름을 그렇게 표현한다.
오래된 친구들과 얼굴 없이 카톡이나 전화로만 연락을 하며 지내다 보니, 싱싱했던
옛날 얼굴만 생각이 난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어느 날 온라인으로 얼굴을 대면했는데
서로 놀라워했다. 머리도 많이 빠지고, 얼굴 모습도 많이 변해 있고, 쉽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 얼굴 보이지 않는 전화 통화가 더 자연스럽다.
얼마 전에 오랜 만에 한국에 있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동안 ‘장로’로서 많은
사역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마도 한국교회 현대사에 남을 만한 사역을 한 듯했다.
틀림없이 한국 현대 교회사에 그의 업적이 한 두 줄 정도 기록되리라 믿는다.
그 친구와 약 2시간 통화를 하면서 “야, 너는 남의 말을 잘 들어줘서 참 좋다!”는 말을
해 주었다. 나는 할 말도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질문에 대한 답변만 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 친구가 질문을 하지 않은 한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그것이 새로웠는가
보다. 왜 그러느냐? 했더니, 요즈음 나이 60이 넘으니 모두 자기 자랑, 자녀들 자랑하느라
남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교회에서 중직을 맡고 있는 크리스천들임에도 불구하고 간증처럼 얘기하면서
결국 자기 자랑을 하더란다. 그래서 만나고 싶지 않고, 전화에도 별로 흥미가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어주느라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 친구와 긴 통화를 하고 나서 늘 알고 있었지만 다시 기억 난 것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 하나님이 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지나온 일에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하여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미래에 대하여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하실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의 구원 마저도 “전능하신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이렇게 결론을 지으면, 그렇게 내 자랑삼아 할 얘기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우리 주변에서 ‘저 사람 왜 저래?’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하나님께서 부족했던 아브람
같은 사람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 (창17:2).
세상 어떤 사람을 통해서도 ‘전능하신 하나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고 계십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이런 믿음의 말을 자꾸
반복해 보자.
김상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