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2020
- 혹시 이런 사상에 젖어 있나요?
‘영지주의’라는 것이 있다. 초대 교회 시절 교회를 어지럽힌 이단 사상이다. 영지주의는 지식을 의미하는 헬라어Gnosis에서 유래되었다. 이 사상의 특징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첫째, 영과 육을 구분하여 선과 악을 규정한다. 둘째, 원래 영적 존재였던 인간은 지상의 물질 세계로 추방되어 고통과 죽음의 운명을 지닌 육신의 감옥에 묶여 있는 상태다. 셋째, 구원은 영적 깨달음에서 온다. 모두 치우친 사상이다.
일반 성도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젖어 있는 사상, 즉 영과 육을 나누는 것이다. 육은 악하고 영은 선하다는 인식이다. 이 땅에서 삶이 고달프기 때문에 육신적인 것은 다 그만 두고 영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사상이다. 그래서 육체를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실례로 회사 일은 세상일 (육신적인 일)이고, 교회 일은 영적인 일이어서 교회 일은 중요하고 회사 일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청년 시절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 선배가 있었다. 그 좋은 직장을 몇 달 다니다가 그만 두었다. 하도 궁금해서 왜 그 좋은 직장을 그만 뒀느냐고 했더니, 영적인 일 (교회 일)을 해야 하는데 회사 일 (세상적인 일)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는 요지로 대답해 주었다. 신앙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나에게 큰 혼돈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나의 청년 시절에 교회에서 은연 중에 그런 사상을 가지도록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도 나의 주변 기독교인들에게서 이런 사상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회사 일은 세상 일이고, 교회 일은 영적인 것이다. 육신을 돌보는 것은 나쁜 것이고, 오로지 교회에서 하는 일은 영적이고 선한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다. 다만 육신을 입고 하는 일들 위에 덧입어서 예수 생명으로 새로워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땅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세상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하늘의 것으로 덧입어서 생명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를 믿으면 우리가 이 땅에서 하던 모든 일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예수 생명으로 덧입어서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지나온 모든 일들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영원한 가치가 있게 된다. 그래서 예수를 믿으면 헛되거나 무의미한 인생이라는 것이 없게 된다. 이 세상이 너무나 힘들어서 장막을 벗고 싶다는 탄식이 아니다. 그 위에다 덧입혀서 생명이 되게 하고 내가 해 온 모든 일이 영원한 가치가 있게 하고자 갈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장막을 벗어버리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덧입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죽을 것이 생명에게 삼켜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고후 5:4).
예수를 믿지 않으면 열심히 살아놓고도 무용지물 인생이 된다. 영원히 가치 있는 삶은 예수 안에 있다. 김상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