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9. 끈질김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I was overcome by the power of persistence.
3-28-2026
난민 청소년 사역의 현장은 늘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의 연속입니다. 질서와 시간, 언어와 배려라는 가장 기초적인 삶의 훈련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때로는 목회자라는 이름표가 무색할 만큼 인내의 한계를 시험받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매주 반복되는 ‘예배 훈련’은 가장 치열한 영적 전쟁터입니다.
예배 시간만 되면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마음대로 움직이고 떠들다가 나간 아이들은 밖을 배회합니다. 그러다가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슬금슬금 들어와 얌전한 척 자리를 잡습니다. 그래서 공동체의 질서를 위해 최근 엄격한 규칙을 세웠습니다. “예배 자리에 없던 사람은 결석으로 간주하여 점심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지난 주말, 여전히 다섯 명의 청소년들이 예배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며 규칙을 깼습니다. 이번만큼은 독하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식사 시간에 줄을 선 아이들을 가려내어 단호하게 내보냈습니다. 사정하며 매달리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흔들렸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마음을 다잡으며 차갑게 거절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논리적인 기도보다, 때로는 염치없어 보일 만큼 당신의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그 ‘간절한 끈질김’에 마음을 여십니다.
예배를 모두 마치고 돌아갈 시간, 아이들은 끈질기게 제 주위를 맴돌며 떼를 썼습니다. 단호한 제 표정을 보고 하나둘 포기하고 돌아섰지만, 유독 한 청소년만은 달랐습니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도 제 곁에 바짝 붙어 용서해 달라며 식사를 요구했습니다. 끈질기고 간절하게 저의 소매를 붙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 아이에게만 식사를 허락하고 말았습니다.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잠시, 밤중에 떡을 구하던 친구의 비유가 떠올랐습니다. 아, 끈질긴 기도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한 청소년의 절박한 매달림이 제 마음을 무너뜨렸듯, 우리의 끈질긴 기도가 하늘 문을 흔듭니다. 이제 종려주일을 지나 고난 주간, 그리고 부활절로 이어지는 경건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말씀 묵상과 기도, 십자가에 시선을 고정하는 일을 포기하지 맙시다. 하나님이 항복하실 때까지 끈질기게 매달리는 영성을 키워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번에도 그 거룩한 끈질김에 기쁘게 무너지고 싶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비록 친구라는 이유만으로는 일어나서 주지 않을지라도, 그가 끈질기게 졸라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필요한 만큼 줄 것이다." (누가복음 11:8, 새번역). p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