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4. “오직 은혜, 오직 감사로 마무리를”
신약성경 누가복음에서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기뻐하여라, 은혜를 입은 자야. 주님께서 너와 함께 하신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마리아야, 너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1:26-30).
마리아는 이 인사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놀랐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두려움보다 먼저, 그녀가 이미 은혜를 입은 자임을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은혜가 두려움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 주신 것입니다.
오래전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던 시절, 저는 수많은 만성·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몇 시간씩 삶을 나누며 영혼의 구원을 위해 애쓰던 그 시간 속에서, 이 말씀이 새롭게 제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분들 대부분은 이미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입은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육체의 질병이 주는 두려움 때문에, 정작 자신이 은혜를 입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은혜를 잊으면 두려움이 마음을 점령합니다. 한숨과 원망, 짜증이 입술에 가득하고, 감사가 사라지면 마음은 차갑고 날카로워집니다. 결국 그 말과 마음이 몸과 삶에 그대로 반영되어 더 큰 무거움을 짊어지게 됩니다.
반대로, 누구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놀라울 만큼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늘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말하고, 그 은혜에 감사하는 삶을 선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은혜의 마음을 담은 감사의 고백이 마음을 지키고, 지켜진 마음이 몸과 삶을 지켜주는 것을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도달한 지금, 우리도 두 부류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미 은혜를 입은 자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감사로 고백하는 사람, 혹은 은혜와 감사를 잊은 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직 은혜, 오직 감사뿐입니다.” 이 고백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면, 새해에도 반드시 그 열매를 보게 될 것입니다.
감사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심어주신 은혜의 씨앗을 깨우는 믿음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에게 “은혜를 입은 자”임을 알려 주신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은혜를 입은 자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성탄을 맞이하는 이때, 우리 모두가 “오직 은혜, 오직 감사”를 습관처럼 고백해 봅시다. 그래서 그 고백이 우리의 가정과 목장, 교회와 일터, 그리고 삶의 모든 자리에서 풍성한 열매로 나타나기를 소망합니다. PK
